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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경기도의 블록체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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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경기도의 블록체인 실험

발행일 20170117일 화요일     22

경기도가 또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이번엔 블록체인이다. 따복공동체 주민 공모사업의 심사방식에 이 기술을 도입한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화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 네트워크로 자산과 거래를 저장하는 암호화된 신뢰 기술이다. 디지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이 기술로 거래된다. 이를테면 공공거래장부 시스템인데, 모든 거래의 회계 장부가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수백만 대의 컴퓨터에 저장돼 운영되고 모두에게 개방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기본 철학이 신뢰와 분권이라는 점이다. 정치적으로는 자율과 자치, 협치, 사회경제적으로는 공유라는 시대의식과도 연결된다. 지금은 모든 것이 중앙집중화돼 있다. , 주식, 채권, 음악파일, 투표권, 스마트폰까지 유형 무형의 모든 가치와 자산이 어떻게 거래되는가

은행, 정부, 증권사, 신용카드사, 소셜미디어사, 쇼핑몰 등 거대 중개기관을 통해서 이뤄진다. 심지어는 이들 기관이 거래되는 자산의 진위 판별과 거래자의 신분확인, 신용정보와 등급, 보증, 인증, 청산, 결제, 기록 보관까지 모든 상거래와 거래 방식을 결정한다. 정치와 행정의 작동 메카니즘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같은 중앙 집중화는 원천적으로 해킹에 취약하다. 더 큰 문제는 불평등의 심화로 신용이 없는 경제적 약자는 아예 경제 시스템에서 배제된다. 전세계 인구의 1/325억명의 사람들은 신용등급이 없어 은행계좌를 틀 수 없는 금융 소외자들이다. 풍요로운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블록체인 실험은 승자독식, 기울어진 운동장, 금수저와 흙수저 등 수많은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행정은 물론 경제나 정치활동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공정한 보상이 가도록 하는 방식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와 권한, 권력 등 모든 가치가 애초부터 창출되는 방식을 변화시켜 원천적인 가치의 재분배’, 또는 가치 창출의 민주화라는 기본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경기도 블록체인 행정이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