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한국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지금 보수의 핵심 권력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근혜와 이재용. 보수 기득권을 대표하는 정치와 경제 양대 권력자가 한꺼번에 무너진 지금. 무엇보다 차기 정권을 내줘야 할 처지여서 공멸의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보수는 금권을 기반으로 사람과 조직으로 이뤄진 거대한 네트워크 체계이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TK)이 축이고 트럼프류의 우파 정치인들을 비롯해 족벌언론, 재벌과 대기업, 김기춘 우병우와 같은 고시 엘리트, 싱크탱크, 출판사, 금융그룹으로 엮어져 있고 여기에 국가기관내 권력지향적인 관료들이 포함돼 있다.
폴 크루그먼의 말을 빌리면 보수는 이 네트워크 안에서 평생동안 일하며 경력을 만들 수 있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수주의에 대한 충성을 보상받으리라는 믿음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아들 부시의 집권시절 같은 네오콘인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총재가 여자친구 승진 특혜 스캔들로 옷을 벗자 백악관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 그보다 연봉이 높은 네트워크 내 금융그룹에 일자리를 옮겨 주는 식이다. 어버이연합, 박사모 등 헌재 결정에 불복하며 태극기집회를 이끌고 있는 수많은 행동대 조직이 준동하는 것도 보수 네트워크가 뒷배경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수 네트워크는 비즈니스 동맹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국가는 금권을 확대하기 위한 거대한 무대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다.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친구들인 슈퍼 부자들을 내각에 끌어들여 공권력까지 쥐여줬다.
우리나라 보수라고 예외일까. 이명박은 전 국토에 4대강 사업판을 벌여 국민에겐 환경 재앙을, 토건족 친구들에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도 권력과 돈을 매개로 한 보수기득권 세력의 추악한 거래가 드러난 것이다.
이제 보수의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사활을 건 반동이 있을 것이다. “그래 봐야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유민주주의가 더 위험해질 것이다”. 허시먼은 보수가 수백년 동안 똑같은 세 가지 반동 레토릭으로 지배해왔다고 했지만 과연 이번 대선에 이들 반동 명제가 먹힐까.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국민들에게 말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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