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16 중부일보?>
팔당호에 가면 ‘녹색괴물’이 보인다
양근서 경기도의원(도시환경위원회)
폭우가 쏟아졌다. 피해를 입은 곳은 안됐지만, 폭염도 누그러뜨리고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으로 번지던 녹조의 기세를 꺾어 놨다.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행정을 경계하면서도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녹조사태는 마치 한편의 좀비영화를 연상시킨다. 영화에서는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사람들을 감염시키며 도시를 삼켜 버린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는 독성 녹조류가 국토의 혈관인 4대강과 지류하천을 타고 순식간에 수백만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흘러 들었다. 폭염에 지친 국민들로서는 설상가상으로 먹는 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녹조라떼'라는 별칭까지 얻은 이 ’녹색괴물‘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사상 유례없는 녹조사태의 원인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쟁점은 4대강사업이다. 보가 흐르는 물을 가둬 유속을 떨어뜨려 대규모 녹조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아니냐는 것인데 정부는 가뭄과 폭염 등 날씨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 있다. 수도권 2,500만명의 식수원인 팔당호에 열쇠가 있다.
녹조의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높은 수온, 낮은 유속, 높은 영양물질 이 상호작용하면서 녹조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팔당호는 북한강,남한강이 합쳐져 한강으로 흘러 내려간다. 따라서 이들 세 요인이 동일한 조건과 환경이라면 녹조가 똑같이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녹조는 팔당호 수계 전역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 남한강 유역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고 유독 북한강 유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번식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유속의 차이 때문이다.
이 점은 지난 11일 경기도의회의 팔당호 현장 점검 때도 확인됐다. 관계 공무원은 남한강에는 없는 녹조가 북한강에서만 번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북한강은 댐들로 인해 유속이 느려 조류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인 반면 남한강은 상대적으로 유속이 빨라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한강에 4대강사업으로 이포보,여주보,강천보가 새로 들어서 유속을 떨어뜨리긴 했지만 북한강의 유속만큼은 느려지지 않아 녹조 발생의 임계치에는 도달하지 않은 셈이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흐르는 물보다는 고인 물의 온도가 더 빨리 높아지고, 영양물질도 잘 번식하게 돼 녹조류에게는 최적의 서식지가 될 수 밖에 없다. 북한강에는 많은 댐들이 즐비하게 건설돼 있다. 청평댐, 의암댐, 춘천댐, 소양강댐, 화천댐 등으로 인해 강물의 흐름이 막혀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유속이 감속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남한강의 물을 방류해 팔당호의 녹조가 급감한 것도 따지고 보면 깨끗한 물에 의한 ‘희석 효과’외에도 물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가속 효과’의 영향도 크다 할 것이다.
모든 원인을 4대강 사업 탓으로 모는 것도, 4대강사업 탓은 절대 아니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팔당호의 경우에는 이번 녹조의 원인을 4대강사업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세 개의 보가 만들어지는 등 4대강사업이 집중된 남한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낙동강의 경우에는 4대강사업으로 만든 보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단일한 원인보다는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번 녹조사태도 마찬가지다. 강수량 부족과 폭염 등 불가항력적인 날씨 탓도 있지만 인공의 개입으로 강물의 유속이 느려진 탓이 크다. 팔당호든 낙동강이든 정체된 유속이 폭발적인 녹조 번식의 ‘격발장치’로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장강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면서 나아간다. 가두고 막으면 인간사나 자연계나 탈이 나는게 이치다. 막힌 곳을 뚫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고 ‘녹색괴물’은 또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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