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 처지에 지방의원 보좌관제를 논하려니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그런대로 공론화가 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정치권에서는 ‘침묵 모드’인 것이 국민 앞에 더욱 민망한 일이다.
지방의원에게 보좌관이 필요한지 여부는 이미 자명한 일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없는 것보다야 나은 일이니 필요 조건일테고, 지방의원들에겐 일종의 ‘숙원 사업’이 아니던가. 하지만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제도를 시행하기에는 필요조건만으로는 곤란하다. 충분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의원의 개인 보좌관제 도입은 여전히 편법과 불법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보좌관제 도입 시도는 이번에 네 번째다. 지난 2006년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다가 위법성 때문에 도로아미타불됐다. 2007년엔 의정서포터즈란 용어를 동원, 추경 예결특위 계수조정 때 관련 예산을 슬그머니 끼워 넣기를 시도했었다.
2009년에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조사원 이름으로 채용해 놓고 실제로는 의원들의 개인 보좌관처럼 편법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는 이번에 아예 조례를 제정할 태세인데, 이 건은 이미 서울시의회가 지방의원 보좌관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을 의결하였다가 입법사항을 조례로 의결하였다는 사유 등으로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96.12)된 바 있다.
따라서 지방의원의 보좌관제 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행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등 관계 법령을 개정한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미 국회에 지방의원의 보좌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만큼 조건이 성숙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순리다.
둘째, 더 이상 ‘지방의회의 전문성 강화’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당초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가 지난 2006년 전면 유급제로 전환했다. 그 때 논리가 바로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지역인재의 지방의회 진출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이와함께 지방의원 보좌관의 대안으로 전문위원 총 264명을 증원(광역 64명, 기초 200명)하여 자치입법 활동은 물론 행정사무감사시 사무보조가 필요한 경우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사무처 직원 등 ‘지방의원의 정책결정 및 입법지원 기능강화 등 전문성 제고’를 목적으로 해외연수 등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은 ‘전문성 강화’라는 논리로 아예 개인 보좌관을 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는 왠지 자기들 욕심챙기는 것처럼 보여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봇짐 내놓으라는 행태로 비춰져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먼저 지방의원 스스로 ‘전문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지방의원 유급제와 전문위원 확충에 대한 성과와 결과 평가 등 다양한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의회가 입법기관으로서 위상과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는 대의기관이자 자치입법기관으로서 사법권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그런데, 이 자치입법기관이 현행법과 제도를 무시해가며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모자라 결국은 법원에 이어 헌법소원까지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스스로의 위상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 것이다.
국회가 ‘미디어법’날치기 처리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채 헌법재판소에 의뢰했다가 (내가 보기에)사실상 망신만 당하고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 전철을 왜 밟으려 하는가. 입법기관인 지방의회가 안 풀리면 안에서 정치를 하면 될 일이지, 사법기관에 그 처분을 의뢰해서 풀 일은 아니란 얘기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개인 보좌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이 성숙되면 추진해도 될 일이다. 그 전에 급하면 현행 전문위원제를 보완,증원하거나 새로 정책연구및 개발인력을 개인의원이 아니라 공동으로 풀제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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