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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블루길에 대한 가장 통쾌한 복수

 토요일 오후 시흥 늠내길 1코스와  2코스를 자전거로 탐방했다. 오후 5시가 넘자 사위가 어둑해지며 기온이 뚝 떨어졌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드디어 물왕저수지로 접어드는데 배수지 하천에서 쪽대로 고기를 잡는 일단의 사람들이 목격됐다. 아무리 얼음장이 풀렸다지만 아직 물속은 칼같이 에이는 한겨울 추위일터. 이 판국에 도대체 뭘 잡는 것인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아주 나이 어린 학생들이 손발 얼어가는 줄도 모르고 연신 신이 나서 쪽대질을 하고 있었다.


 이것 저것 물어서 캐보니 녀석들의 소속은 네이버 카페의 민물고기 동호인 클럽. 한편으론 어이 없고, 다른 한편으론 다른 놀이보다 겨울 하천에서 고기잡이 하는 걸 즐기는 녀석들이 참 대견해 보였다. 1년 전 쯤에 카페 개설해서 지금은 회원수 400명이 넘었단다. 카페 메니저는 서울 인창고 1학년생으로 별명은 '생선'. 민물고기 좋아한다는 녀석이 왜 아이디는 '생선'이라 했는지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 녀석들이 더러운 시궁창 하천의 갈대숲을 헤치며 연신 쪽대질을 해댈때마다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슨 팔뚝만한 메기나 붕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는 어느짝에도 쓸모 없는 각시붕어 비스무리한 치어들만 걸려 나오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정체불명의(나에게는) 물고기였다. 바로 블루길. 육식성 외래어종으로 번식력이 강할뿐더러 닥치는대로 토종민물고기를 잡아먹어 수중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파괴한다는 그 악명높은 놈들이다. 실제로 쪽대질할때마다 그물에 걸려든 놈들 중 태반은 이 놈들 치어들이었고, 우리 토착어종은 설치 몇마리와 붕어 한 두마리뿐 찾아 보기 힘들었다. 적어도 물왕저수지 갑문 아래 배수지는 이미 블루길에 의해 우리 토착어종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초토화된 상태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강과 하천을 침략해 유린하다가 토착어종을 지키려는 '민물고기 수호대'에 붙잡힌  이놈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것인지가 궁금해졌다.
 그냥 버릴거냐고 물으니 너무나도 통쾌무비한 답변이 능청스레 흘러 나왔다.

 " 이놈들은 죄다 쏘가리 먹이로 쓰면 됩니다. 쏘가리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이거든요"

쏘가리가 누구신가? 우리나라 토착 민물고기의 제왕같은 존재가 아닌가. 내 기억으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한민국 민물고기 육식어종중 대표선수한테 외래 육식어종 대표선수를 먹이감으로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원들 상당수가 집에 양식산이긴 하지만 쏘가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발칙하지만 참으로 기특한 이 학생들 활약상을 보실량이면 네이버 카페에 가서 '한국의 민물고리'카페명을 찾아가시기 바란다. 자부심도 대단해서인지 신청하는 쪽쪽 아무나 회원은 안받아 주고, 대기시키고 심사해서 회원 인증한다니..일명 '쏘가리 수호대'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