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이테크인가, 적정기술인가
양근서 webmaster@kyeonggi.com 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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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물산업기업들과 함께 베트남수출상담회와 전시회(vietwater) 참관차 하노이시와 응헤안성을 방문하면서 드디어 이 물음에 대한 답의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베트남의 상수도시설은 기술적으로는 한참 뒤떨어진 후진국 수준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자본과 첨단 기술이 있으니 곧 인구 1억에 육박하는 매우 큰 물산업시장이 아닐 수 없다.
대도시인 하노이는 물론이고 농촌이 많은 응헤안성의 물사정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향후 대규모 시설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지역의 평균 누수율은 20~30%에 이르고, 상수도 보급률도 낮아 응헤안성은 고작 40%에 그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시설투자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 것인지를 놓고는 일반적인 예측을 크게 벗어난다. 하이테크기술이 경쟁력이 있고 대접받을거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두가지 대비할만한 사례가 있다.
먼저 공기업들이 운영하는 하노이시와 응헤안성의 상수도 정수장들은 모두 모래여과방식의 전통기술 또는 로우테크나 미들급 기술에 기반해 있고 앞으로도 맴브레인 같은 하이테크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은 아예 고려조차 않는 표정들이다. 식수보다는 생활용수 공급이 주목적이고, 비싸고 좋은 것보다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면서 적절한 수단을 찾으면 된다고 느긋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한 정수장은 1894년 프랑스가 만든 모래 여과 시설을 본래 그대로 100년이 훨씬 넘도록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ODA(공적개발원조)나 ADB(아시아개발은행)등 유무상원조사업으로 건설된 정수시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반면 우리의 기술개발은 모두 하이테크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은 350억짜리 국가 R&D사업으로 맴브레인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당연히 수입대체로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진출에 대박이 날 거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이 회사는 부도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는 여전히 해외제품을 수입하는데다 선진국 시장을 뚫기에는 어정쩡학고 베트남처럼 개도국등에서는 설치와 운영비용이 높은 첨단기술의 도입을 꺼려 정작 하이테크를 보유하고도 내다 팔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의 두가지 사례는 물산업은 물론이고 각 산업분야에서 하이테크만 좆는 것이 과연 능사이고 지혜로운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세계는 이제 적정기술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친환경적이면서 재정적으로도 지속가능하고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반영하는 현지화 기술을 채택하려는 조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이 지난해 2019년 아시안게임 유치권을 반납한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서 폼잡을일 없다는 자존과 실용주의 노선의 반영이기도 하다.
톨스토이로 치면 사람에게 필요한 적정땅은 결국 자기 한 몸 뉘일수 있는 한평의 땅이었다. 사람에게 필요한 적정기술도 결국 자기사이즈에 맞는 한 뼘 정도인 것이 아닐까.
경기도가 기업들에 대한 해외마케팅을 지원할때 반드시 생각해볼 일이고 물산업은 물론 에너지, 주택, 환경 등 각 분야에서 본격적인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확산하는 시책을 펼칠 때가 왔다.
양근서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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