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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칼럼>국민은 다 아는데 민주당만 모르는 세가지

<경기일보 2013.1.23> 국민은 다 아는데 민주당만 모르는 세 가지
양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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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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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깜깜이’라는 말이 시대어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앞으로 남은 5년이 ‘깜깜’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마저 ‘깜깜이 정당’이 되버린 것 같아 앞으로 10년 이후까지 정말 캄캄해진다.

민주당이 ‘깜깜이 당’인 이유는 국민은 다 아는데 민주당만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요즘 SNS 등에서는 개도국 관료들이 생각하는 한국만 모르는 세 가지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자기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르고, 얼마나 위험한 남북대치 상황인지 모르고, 이웃인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대단하고 두려운 존재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생각하는 민주당만 모르는 세 가지는 무엇일까.

첫째는 민주당은 자기들이 얼마나 큰 위기상황에 빠져 있는 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여론이 더 높았던 대선에서 진 것은 놔두고라도 대선 후에도 사회 전반의 보수화 경향 속에서 국민의 4명 중 3명은 민주당이 여전히 야당으로서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으로 반토막났고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대선패배를 수습해가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제대로 정신 차렸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국회는 물론 경기도의회 민주당에서도 무슨 대수냐는 듯 평상시에도 있어서는 안 될 소갈머리 없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마저 “안철수가 제3당 만드는 게 한국정치사에 기여하는게 낫고, 민주당을 놔두면 계속 저렇게 갈 것이다. 외생적 충격이 필요하다”고까지 말할까 싶다.

둘째는 민주당이 계속 자살골만 넣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정치 개혁한다며 도입한 여론조사경선, 모바일 투표는 충성도 높은 당원들을 대거 이탈시키고 나아가 당의 응집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주요 정치쇄신 방안은 새누리당과 함께 국민경선을 아예 법제화하고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제는 폐지하고, 국회의원정수는 축소하겠다 범주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스스로 정당정치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자살골을 계속 터뜨리는 것이다.

선거패배 때마다 되풀이되는 해묵은 좌클릭 우클릭 논쟁도 자살골이다. 궁극적으로 서민층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게 진보정치와 민주당의 정치 목표인데 정작 돌봐야 할 집토끼는 내버려둔 채 산토끼 놓쳤으니 우클릭하자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아무리 쇄신과 개혁을 외친들 제대로 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또 얼마나 될까. ‘비상’이라는 상황인식도 기껏해야 전당대회 때까지이고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지도부가 교체되면 종을 칠 것으로 보는 국민들이 훨씬 많다. 그동안 수차례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학습경험이 있어 민주당이 하는 일은 안 봐도 비디오가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민주당이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른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쇄신과 정당개혁의 핵심은 한마디로 특권과 기득권 내려놓기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핵심과 본질에서 비켜간 채 변죽만 울리듯 쇄신 시늉만 하는 것으로 비친다. 아무리 ‘선당후사(先黨後私)’라고 떠들어도 아직은 ‘선사후당(先私後黨)’하는 정치인들로 차고 넘치는 것도 현실이다. 국회의원이건 지방의원이건 당은 어떻게 되든지 자기만 다시 당선되면 된다는 식의 각개약진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만 보더라도 전략적인 정책의제나 이슈를 발굴하고 관리하고 정치투쟁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는 어떻게 치를 것인지, 그냥 자기만 살아 돌아오면 장땡인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민주당이 ‘깜깜이 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필경 서양 속담에 나오는 난로 위 주전자 속의 개구리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자신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오직 국민의 힘에만 의지한 채 당의 운영원리와 기초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근본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양 근 서 경기도의회 의원(민•안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