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방장관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이다
<칼럼> 지방장관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이다
행정자치부가 경기도 연정의 핵심축인 지방특임장관제 도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연정 협약이 공식 체결되기도 전에 지방장관제 도입이 위법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더니 이번에는 관계 공무원들을 감사하고 징계하겠다며 사실상 겁박까지 하고 있다. 행자부가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면서까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관료들의 저항이라는 시각도 있고 청와대의 하명에 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행자부가 자신들 얼굴에 침뱉는 식의 자기부정을 하며 정부의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4년 12월. 대통령직속 지방발전위원회는 법정계획인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다양화할 것이며 올해 1월부터 이를 위한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등 법제화 추진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것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105-4)이기도 하다.
한달 뒤인 2015년 1월 21일. 행정자치부는 정부부처 합동으로 박근혜대통령에게 정부혁신 업무보고를 했다. 여기서는 지방자치 20년 종합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자치제도 와 자치 거버넌스를 도입하겠다며 전국적으로 획일화돼 있는 ‘단체장-의회 대립형’기관 구성방식을 인구규모와 지역여건에 맞게 바꾸는 등 다양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자치단체장을 따로 뽑지 않고 지방의원중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비롯해 의원내각제 등 통합형 기관구성 모델을 다양하게 도입하겠다고 국정과제, 법정계획, 정부혁신방안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후 1년 반이 시점에서 행자부가 별안간 경기도의 지방장관제에 대해 반대부터 하고 나선 것은 그래서 남경필경기도지사의 표현대로 ‘깜놀’할만한 일이다. 블과 어제까지 해왔던 일을 오늘은 부정하는 행자부의 심보도 알 수 없지만 지방자치 21년이라는 역사가 무색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행자부는 경기도 지방장관제에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지방장관은 지방의원의 공무원겸직 금지규정을 위반하고, 행정기구 및 정원규정상 허용되지 않는 조직,직위를 신설하는 것이어서 지방(특임)장관이란 명칭을 써서도 안되고, 상위법에 위반되는 조례나 훈령을 제정하는 것은 위법이고, 그래서 위법한 내용이 들어간 연정협약 자체도 위법·무효하다는 것이다.
일반론적으로는 맞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지방장관제를 정직 직제로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기도와 의회가 실험하려는 지방특임장관직은 의사결정과 집행권한을 갖는 계선 라인의 정식 직제가 아니다. 신분도 지방의원의 공무원 겸직 금지 규정 때문에 무보수 명예직 장관이다. 대신 지방장관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지원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 및 정원규정상 지자체장은 긴급히 발생하는 한시적 행정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조례로 한시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활용하면 경기도는 연정이라는 특수한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의원 내각’을 설치하고 공무원을 배치해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정식 직제를 전제로 반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경기도 지방특임장관제는 연정협약 과제의 이행을 점검,관리,평가하면서 연정의 정치·행정적 책임성을 담보하는데 꼭 필요하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획일적으로 집행부와 의회간의 기관대립형 기관구성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탈피해 의원내각제형 모델을 도입하는 선도적인 자치·분권·협치의 실험이기도 하다.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박근혜대통령과 행자부가 밝히고 약속한 국정과제와 법정계획을 스스로 부정하고 딴소리하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행자부는 경기도의 지방장관제 실험이 잘 되도록 오히려 지원하고 협력하는 한편 온전한 지방장관제가 도입되도록 법과 제도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