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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경기도시公의 성인식 위한 조건

불휘기픈나무 2016. 11. 1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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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경기도시公의 성인식 위한 조건

양근서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6년 11월 08일 20:46     발행일 2016년 11월 09일 수요일     제22면


내년이면 경기도시공사가 창사한지 20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되는 해인데 경기도가 설립한 이 공기업은 그동안 별다른 혁신도 없었는데 택지, 산업단지, 주택 및 도시개발 사업 등을 종횡무진하며 무척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지난 1997년 창립되던 해에 1천244억원으로 출발했던 자본금은 이제 1조6천억원으로 10배가 넘었다.

 

한때 우려했던 부채비율도 올해 216%로 건전하고 2010년부터는 최고신용등급(트리플A)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수 400여명으로 올해 매출 30조원에 1천20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외형적으로는 어엿한 대기업의 풍모를 갖춰 성인이 되기에 충분한 듯 보인다.

그러나 신체 발육 상태가 좋다고 곧 어른이 아니듯이 기업 특히 공기업의 경우는 더더욱 외형적 규모만으로 그 건실성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정 건전성과 사업손익 타령하는 것 보다는 자기 책임하에 자기 결정권이 있느냐 없느냐가 성인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본질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 점에서 경기도시공사는 아직 성인이 될 준비가 안돼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아픈 대목이 있다. 바로 창사 이래 20년동안 단 한 명의 내부승진 임원도 없이 경영권이 경기도 관피아 등 낙하산 부대에 장악돼 있는 현실이다.

공사가 성인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는 경기도로부터 인사 자주권을 확보하는 일이어야 한다. 임원중 최소한 절반은 내부 승진 인사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낙하산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수십년 청춘을 바쳐 일해 온 직원들이 이사도 되고 사장도 되는 비전과 희망 정도는 심어줘야 한다.

경기도의회가 공사에 대고 백날을 떠들어 봐야 백년하청인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2년짜리 관피아들이 돌아가며 판치는 기업에서 어떻게 혁신이 나오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겠는가.

경기도가 무슨 꾼 돈이라도 청구하듯이 꼬박 꼬박 낙하산을 내리 꽂는 것은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하는 일이다. 경기도는 낙하산 보내는 짓을 이제 좀 정도껏 해야 한다. 경기도시공사는 경기도청의 것이 아닌 경기도민의 기업이 되어야 한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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