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칼럼>'수요감응형' 101번 버스의 행복

불휘기픈나무 2013. 5. 14. 16:54

사무실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한두 분이려니 짐작했는데 20명이나 기다리고 계셨다. 전날 약속한 주민들과의 상담은 이렇게 시작됐다.

매일같이 지역구인 와동을 거쳐 반월공단까지 오고 가는 101번 시내버스. 첫 버스의 출발시각은 첫 정류장에서 새벽 6시15분. 사무실을 찾은 분들은 첫차로 매일 공단에 나가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월 80만원을 버는 3교대 계약직 근로자들이었다.

문제는 첫차를 타도 출근시각에 제때 도착 못해 매번 지각을 하게 되고, 5분만 늦어도 30분 품삯을 월급에서 떼이는 게 서럽고 억울하니 해결책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새벽이니까 신호등을 좀 무시하고 달리면 안되냐, 예전엔 지각하는 일이 없었는데 첫차가 늑장 부리는 것 아니냐 등등. 금세 사무실은 시끌벅적 각종 해법이 난무하는 토론장이 돼버렸다.

듣고 있자니 아무리 새벽이라고 준법운전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첫차를 10분 당기자니 하루 전체 운행시간을 줄줄이 당겨야 해서 다른 승객들에게는 혼선이 올 테고 딱한 일이었다. 고심 끝에 안산시로 하여금 버스회사가 이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주문했더니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4월부터 버스 1대를 추가로 투입해 정류장도 앞당겨서 첫차보다 10분 빨리 일종의 번외 버스(?)를 운행하겠다는 해법이었다. 며칠 후 간간이 문자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101번 첫차 손님들께서 하~하! 호~호! 하십니다.”

101번 첫 버스의 행복은 이처럼 승객들의 수요에 감응하는 것에서 찾아왔다. 안산시와 경원여객이 셔틀버스도 없는 영세업체에 출근하는 가난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마음을 써준 결과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도심 시내버스가 고정노선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은 다양한 방식의 수요대응형 버스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다수 승객의 요구에 따라 노선이나 시간을 변경하거나 신설하는 것은 물론 지정된 정류장을 반경으로 일정한 거리까지 노선을 변경해 문전수송(door-to-door)까지도 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교통복지’를 적극 도입해야 할 때가 됐다. 시내버스 실수요를 조사해 탄력노선제를 운영하는 등 노약자, 장애인, 저소득층 직장인 등 교통 약자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른바 ‘수요감응형 버스’를 많이 도입하는 것이다. 101번 번외 버스가 수요대응형 버스서비스를 촉발시키는 첫차가 되길 기대한다.

양근서 경기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