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칼럼>'삼성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불휘기픈나무 2013. 3. 1. 17:43

<경기일보> 2013.3.1 <천차춘추>칼럼

'삼성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몇 년 전 김용철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가 낙양의 지가를 올린 바 있다. 입법부에서부터 검사, 판사 심지어는 대법원까지 로비를 펼치며 무소불위의 자본 권력을 확장시켜나가는 삼성의 내부 비리가 가위 충격적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김변호사는 책을 쓴 이유로 삼성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고 지금도 목도하고 있듯이 삼성이 모든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 삼성에 찍힌 김변호사는 화려한 법조계를 뒤로 한 채 쓸쓸히 고향인 광주시 교육청 감사담당관으로 내려갔고, 삼성의 비자금, 로비, 불법적인 경영권승계 등은 특검과 재판을 통해 오히려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았다. 엊그제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아 먹은 검사들의 실명이 들어있는 '삼성X파일'을 공개한 노회찬의원마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말았다.

 

 삼성은 이번 불산누출사고에서도 그 막강한 권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미 밝혀진대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불산누출사고를 2년 4개월동안이나 신고하지 않고 숨겨왔다. 치명적 독성물질인 불산누출로 부상자까지 있었던 중대사고인데다 자칫 외부유출사고로 번질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당연히 이를 신고하지 않은 때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이나 상식에 맞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는 관련 법령 앞에서 여지없이 '역시나'하는 탄성과 함께 무너지고 말았다. 국회에서 입법한 관련법은 위 사고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 등록취소나 6개월이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해 대체적으로 중한 처벌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령에 불과한 시행규칙은 이마저도 공익에 지장을 가져올 경우 경감이 가능하도록 해놨고, 1회 미신고시는 경고한다고 세부적인 행정처분기준을 별표로 정해 놨다. 또 미신고시 과태료는 100만원 이하로 부과하도록 규정해 놨다.

 

 결국 입법취지는 무색해지고 삼성에 대한 행정처분이 기껏해야 경고나 100만원 과태료라는 것인데, 이제는 입번단계를 거쳐 시행령,시행규칙마저 '마사지'되는 지경에 이른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초일류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과태료가 노점상보다도 적다'는 사실은 대단히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더욱 불편한 진실은 우리는 앞으로 도처에서 '삼성 공화국'의 실체를 자주 만나게 될 것이고, 결국은 아이들에게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뒤바뀐 현실을 그냥 받아들여라고 말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양근서 경기도의원(민,안산6,도시환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