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양근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이른바 ‘탄저균 배달사고’가 발생한 미군 오산기지에서 과거에도 미군이 수차례 탄저균 실험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국이 한국을 경시해서 발생한 사고”라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합동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에 의해 과거 여러 프로그램에 의해 (탄저균 실험과) 유사한 실험이 있을 거라는 심증이 굳어지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의원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난 8월 오산기지 탄저균실험실 한미합동조사에 참여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A팀장은 “과거 탄저균 실험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미군이 즉답을 피하며 ‘한국군이 화생방에 대비하듯 우리도 그렇게 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A팀장은 “답변의 뉘앙스로 봐서 유사한 탄저균 실험을 몇 차례 해왔다는 걸로 현장에서는 인식했느냐”는 양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이번에 쥬피터(JUPITR·연합미국군포털·통합위협인식)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실험한 것이) 한 번이었지 사실은 여러 번 실험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며 “이 의혹에 대해 미군 측은 진상을 공개해야 하고, 정부도 미군 측에 자료 공개를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주권을 철저하게 무시한 부분”이라며 “소파(SOFA,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상 (탄저균 반입이) 가능하다고 해도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 주권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허락을 받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 의원은 실험이 진행된 오산 미공군기지 실험실이 음압장치가 없고 헤파필터(고효율 미립자 공기 필터) 설비만 있는 보건소 수준(BSL2)의 일반적인 실험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수준의 실험실에서 위험한 탄저균을 버젓이 실험했다는 것은 한국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더구나 과거에도 수차례 실험이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수 외 의료용폐기물로도 유출 가능성 있어
양 의원은 탄저균 유출경로로 의심됐던 대기나 하수 외에 의료용폐기물로도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탄저균 실험자들이 착용한 각종 피복, 일회용 도구를 일반 의료 폐기물로 구분해서 민간 업체가 수거했다고 한다”며 “그 뒤로는 경로가 추적이 안 돼 이를 통해 (탄저균이) 유출될 가능성도 새롭게 제기됐다. 소각이 됐는지 아니면 매립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번 ‘탄저균 배달사고’가 민간 운송업체에 의해 운반된 점, 한국 정부에도 알리지 않고 반입된 점 등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합동조사에서 소파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파도 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가장 손쉬운 상대 국가로 취급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미국 국방부에서 밝힌 것처럼 9개 국가 실험실에 ‘탄저균 배달사고’로 국제적으로 33명이 노출됐는데 그중에서 22명이 오산기지에서 발생했다. 노출 피해 인원만 따져도 한국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탄저균 배달사고’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한미동맹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굴욕적이라고 느낄 만큼 국가 대 국가의 지위에 맞는 역할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실험을 할 때는 최소한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한국군이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 측에서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묵인했다면 정부도 책임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