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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화정천, 400억 어디로 갔나

<안산신문>

화정천, 400억 어디에 다 썼나

2012년 08월 22일 (수) 14:46:33 양근서 경기도의원(도시환경위) webmaster@ansansm.co.kr

   

양근서 경기도의원

요즘 화정천에 나가면 몹시 속이 상한다. 아침 저녁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산책하고 자전거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화정천에서 만나는 시민들은 분노와 원성을 터뜨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나무그늘에 모여 앉아 대포 한잔씩 돌리던 주민들은 옛날 화정천이 오히려 낫다고 야단치는가 하면, 입이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마디씩 화정천에 실망감과 분노를 쏟아낸다.

 

왜 그런지는 새삼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현장에 나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게 있을 것이다. 이 덩어리가 바로 실망과 분노의 실체이다.

 

2008년 11월 1일, 화정천은 성대한 기공식으로 북적였다. 와동체육관 앞 둔치에 임시무대와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최불암이며 안치환까지 불러 잔치를 벌였다. ‘한국형 세느강’을 조성한다고 떠들어대니 5,000여명의 시민이 비좁은 하천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몇 년 후 한국형 세느강변을 즐기는 격조높은 ‘파리지앵’을 꿈꾸었고, 당연지사 이날 잔치상을 마련한 당시 한나라당 박주원안산시장은 재선의 꿈에 한껏 부풀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 후 2012년 6월 29일. 공식 준공일이 한참을 지났지만 준공됐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도 없다. 당연히 준공식도 열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준공식은 없을 것이다. 시작은 성대한 기공식으로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끝에 가서는 준공식도 못하는 이유는 뻔하다. 5.2Km짜리 하천에 4년동안 약 400억원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내놓기에는 너무나 민망한 수준임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정천을 이대로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내서는 안된다. 최소한 당초 사업목표인 생태하천이 됐는지 안됐는지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안산시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골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던 시절의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장담했다. 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5급수를 2급수로 올려놓겠다고 구체적인 수질정화 목표치까지 제시했었다.

 

그러나 수질정화시설이라고는 화정천과 안산천 합류지점에 설치된 것이 유일하고, 화정천상류에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폐수는 차단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2급수를 만들겠다고 했던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준공허가를 냈다면 목표치인 2급수가 됐다는 것인데, 공사 관계자들로 하여금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멱도 감고 물도 떠서 먹어보는 이벤트라도 시켜봤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둔치내 보행겸용 자전거도로가 당초 규격에 맞게 제대로 시공됐는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실시설계서에는 6.5m인 보도 폭이 실제로는 왜 3m에 불과한 것인지를 해명해야 한다. 이밖에도 그 많은 시설물은 왜 특정지역에만 편중됐는지, 가로등은 왜 설치하다 말았는지, 진입부계단과 교량하부 조명은 왜 설치하지 않았는지 등

 

화정천과 안산천은 말발굽모양으로 안산을 남북으로 가른다. 잘만 닦으면 훌륭한 자전거 간선도로망이 될 수 있고, 수질을 개선해 사람들이 찾는 최고의 명소로 탈바꿈시키기에 최적인 도심하천이다. 그러나 지금의 화정천은 자긍심과 기대보다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더 크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안산시와 안산시의회의 철저한 검증을 촉구한다.